밖에 나오니 물속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추운 느낌이었다.
어쩌면 조금 있다 체조를 해야 될지도 몰랐다. 나는 다시 기다려야 했다.
비에 젖어 축축해진 속눈썹을 깜빡이며 달무리 진 밤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러곤 파랗게 질린 입술을 덜덜 떨며,
조그맣게 중얼댔다.
"누군가 올 거야."
칼바람이 불자 골리앗크레인이 휘청휘청 흔들렸다.
- 126P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 재개발 지역, 주인공 가족 홀로 살고 있다길래
처음에는 전 작인 '벌레들'과 연결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중반부를 지나 결말을 향해갈수록, 현실과 점점 멀어져갔다. 아니 영락없는 현실의 모습일지도.
사람들은 지금의 고통이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났을 때, 그 때가 더 나았다고. 지금이 더 힘들다고.
또 시간이 지났을 때, 그 때가 더 나았다고. 지금이 더 힘들다고, .......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말과 똑같다.
어찌할 수 없는 외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삶과 죽음 사이에 갈등하는 소년. 그럼에도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소년.
애써 희망을 가지는 소년.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년은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언젠가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있다.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살아있는 인간의 수.
누군가는 편안하게 먼저 죽는 편이 더 낫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비참할 뿐이라고.
그럼에도 나는 실마리의 희망과 함께 발버둥을 치고 싶다. 내 있는 힘을 다해 살 수 있는데까지 살아보리라, 고 결론을 맺었다. 소설 속 소년처럼
최후의 순간까지 살아남아, 인간답게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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