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설

비행운 : Day 1. 너의 여름은 어떠니

Chipmunks 2018.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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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내가 가장 세게 잡은 누군가의 팔뚝이 ······ 갑자기 목울대로 확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


곧이어 내가 살아 있어, 혹은 사는 동안, 누군가가 많이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아는, 혹은 모르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많이 아팠을 거라는 느낌이. 그렇게 쉬운 생각을 그동안 왜 한 번도 하지 못한 건지 당혹스러웠다. 별안간 뺨 위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


'많이 아팠을 텐데······' 하고. 천장 위 형광등은 여전히 꺼질 듯 말 듯 불안하게 흔들렸다.

- 44P


나. 대학교 선배. 어렸을 적 그 아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처.


주인공은 철학과를 졸업한 30살 무렵의 여성이다. 친구의 장례식에 갈 준비하던 도중, 대학 시절 동경하고 좋아했었던, 과 선배의 연락을 2년 만에 받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우울하다면 우울한 그런 이야기 전개이다.


대학 시절 꽃 피어오르는 연애 감정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꿈.

그러나 졸업할 때 즈음, 갑작스런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한 없이 추락하는.

그런 광경을 '너의 이름은 어떠니'를 통해 맛 보았을 때의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고 나. 혹은 내 주변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아니 겪고 있는 중이다.

비상하기 위해 추락하는 어른들. 나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치 않게, 작거나 큰, 적거나 무수히 많은 상처들은 사람들 속에서 지금도 돌아다니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 처럼. 그것을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다.


--


본 학교 독서 모임에서 지정한 책이다. 비행운 노래에 떠밀려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우연한 기회로 읽을 수 있어 행복하다! 작 중 옛 노래가 나온다. 직접 음원을 들으면서 읽으니 왜인지 몰입이 더 잘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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