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설

아몬드, 손원평 장편소설 독후감

Chipmunks 2018.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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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몬드 표지 >


독후감

마지막 독서 커뮤니티 도서다. 저번 동물 농장은 2주 가량의 시간이 있었다. 이번에는 약 열흘 안에 읽어야 했다. 그래서 분량이 적은 도서를 찾았다. 그리고 여태 읽은 비행운과 나무, 동물농장이 어둡거나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었다. 이번에는 밝고 희망적인 가벼운 소설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독서 커뮤니티 도서 목록을 찾아봤다.


< 아몬드 >


독서 커뮤니티 도서 목록을 하나 하나 찾았다. 제목부터 이목을 끌었다. 사실 제목이 '아몬드' 이길래 식품과 관련된 이야긴가 했었다. 인터넷에서 여러 후기들을 보니 꽤 괜찮은 소설이었다. 분량도 짧고. 왜 제목이 '아몬드' 인지 작 중에서도 자세히 알려준다.


태생적으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순수한 아이의 시각으로 진행된다. 현재 고등학생인 '윤재'가 그의 입장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얘기를 꺼낸다. 전반부는 그의 어린 시절로 꽉 채워진다. 어린 아이답게 표현들이 재치있었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꽤 그럴 듯했다. 사실 전반부의 분량이 내 생각보다 많았다. '윤재'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이고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를 자세히 서술하다보니 좀 많아진 것 같았다. 후반부에 비해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 '곤이'와의 만남 >


후반부는 고등학교 생활을 서술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갈등이 일어난다. 그 대상은 동년배 친구인 '곤이'다. 곤이는 매우 터프하며 화를 다스릴 줄 모른다. 그러나 그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실은 그가 굉장히 여린 친구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윤재' 뿐이다. '도라'라는 인물은 학창시절에 한명 쯤 있는 여자아이였다. '곤이'와의 갈등으로, '도라'와의 교감으로, 이 세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해나간다.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고민을 읽으면서 들었다. 세 아이는 뭔가 하나씩 부족했다. 아니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드러내지를 못한다. 꽁꽁 숨긴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드러내면서부터 그들에게 변화가 온다. '윤재'에게는 그에게 가장 필요한 '그것'이 작은 알을 깨부수며 세상으로 싹트기 시작한다. 이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결말까지 읽었다. 정말 엄청난 해피엔딩이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그만큼 작가님이 '윤재'라는 인물에게 많은 애정을 갖고 계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곤이'에게도. 작가님이 아이를 낳으실 때,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아몬드' 소설로 표현하셨다고 한다. '과연 내 아이가 '윤재'나 '곤이'여도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글을 쓰면서 작가님은 무슨 생각이셨을까? 글에서도 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통학 시간에 잠깐 읽었지만, 읽기도 쉽고 적은 분량이라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 내용이 무엇일까 궁금할 정도다. 그리고 읽으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청소년 성장 소설은 다소 오글거릴 수도 있다. 말도 안된다며 손사래를 칠 수도 있다. 그러나 간결한 표현으로, 적절한 절제로 오히려 더 인물들의 감정이 느껴졌다. 짧은 표현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감정 표현을 못하는 '윤재'는, 그 누구보다 많은 '감정'들을 받았다.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주는 주변 인물들이 있었다. 이런 점에선 오히려 윤재가 부럽기도 했다. 나는 성장할 때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주변 사람이 없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도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 가끔 정말 친한 친구에게 감정에 못이겨 하소연하는 것 빼고는, 대부분은 그 친구에게도 말을 못 했다. 일상적인 대화도 할 어른도 없었다.


진로와 관련해서도 주변에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 우리 집안은 대부분 문과 성향이 강했다. 내가 원하는 직업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이 없었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었다. 여러 커뮤니티와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대강의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나의 시간을 투자해서, 그 방향으로 뱃머리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주변 가족이나 친척에게 진로를 아무 거리낌 없이 물어볼 수 있는 친구를 보며, 부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윤재는 말은 막힘없이, 배짱있게, 곧잘하지만,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반면에 나는 감정이 내 안에서 요동치지만, 이를 표현할 기회가 없었다. 물론 윤재가 이를 어느정도 극복했던 것처럼 나도 어느정도 극복했다. 주변에 얘기를 나눌 친구도 있고, 선배나 후배들도 있다. 비록 시간은 짧았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어른들도 만났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라는 말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22살의 나. 뒤를 되돌아본다. 생각보다 많은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나는 이제 어두운 바닥을 보며 이리저리 비틀거리지 않는다. 이젠 나를 둘러싸는 밝은 풍경과 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을 관찰하며,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따금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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