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설

나무 : 독후감

Chipmunks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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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독후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나무다. 작가의 독톡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표현들을 보고 싶으면 꼭 추천한다. 앞서 정리했던 대로 총 18개의 단편 소설집이 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밝힌다. 모두 일상 생활에서 관찰하거나, 가볍게 얘기한 주제에서 소재를 끌어냈다고, 한다. 그리고 장편 소설에 에너지를 쓴 머리를 식힐 겸 짧게 글을 썼다고 했다. 단편 소설들을 이야기 하기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그에 대해 본받을 점을 나열하고 싶다.


그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모두 글쓰기인 것 같다. 천생 작가인 셈이다. 머리 식힐겸 그의 상상속에서 펄쳐지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글로 적는다. 그것들은 이렇게 시중에 나와도 될 만큼의 질이다. 글을 쓰는 작가와 응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자와 비슷한 점이 많다. 구성을 나눠 짜야한다. 읽기 편해야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자투리 시간에 다른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 등등이다. 이런 관점으로 그의 가치관가 기술들을 본받고 싶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코드를 쓰는 법을 오랜 연습으로 체득하고, 바쁜 일과 중에도 토이 프로젝트들을 하는 이가 되는게 목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앞 쪽 소설 위주로 3개만 선별해봤다. 해당 작품의 리뷰를 이끌어냈다.

첫번째 작품은 다음과 같다. 바로 소설집 처음에 나오는 내겐 너무 좋은 세상이다.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데다 꽤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이야기였다. 이 작품의 명대사는 다음과 같다.


"살아 움직일 수 없는 물건들이여, 그대들에게 영혼이 있느뇨?"

- 22페이지


"자네가 원했던 게 뭔데 그래?" "사람 흉내를 내는 물건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사는 것이었지." ... 이내 카페 안 ... 손님들이 모두 폭소에 가세하였다.

- 25페이지


"이런 걸 달고 있는 주제에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어쩌면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 내가 진짜 묻고 싶은 건 이거야. 살아 움직이는 인간들이여, 그대들에게 진정 영혼이 있는가?"

- 28페이지


"우리는 모두 기계야. 그럼에도 우리 자신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 그런 환상을 품도록 우리 뇌가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야. 땅콩 자동판매기와 당신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뿐이야. 꿈에서 깨어나야 해."

- 29페이지


 주인공 뤽과 사람처럼 말하는 물건들, 갑작스레 만난 가슴이 마음에 들었던 강도 여성이 그 인물이다. 그의 세계에는 사람처럼 대화가 가능한, 기계가 내장된 물건들이 흔한 세계다. 마지막 그녀의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다. 우리는 모두 기계라고, 더 이상 지구 상에 살아있는 유기체는 없다고, 사랑이란 감정은 우리에게 환상이고, 단지 당신은 꿈을 꾸고 있을 뿐이라고 그녀는 그에게 말한다.


 고도로 기술이 발달된 세계. 지구 상에 살아있는 유기체가 없는 세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 들인다면 모두가 기계인 셈이다. 추측컨데, 둘은 모두 인간이다. 인간의 신체 부분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미래이며 그들은 일종의 사이보그일 것이다. 그 근거는 사물들이 말을 하기 시작 하기 전 그는 존재했으며, 그는 감정을 가졌으며, 기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사물들이 간단한 말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미래의 기술에 그녀는 더 이상 인간이란 없다며, 뇌 조차 일종의 프로그래밍 되어 있을 뿐이라며 사랑의 감정을 더 이상 믿지 못한다. 인간의 감정과 살아 있다는 생각, 꿈 모두 뇌의 환상일 뿐이라며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그녀의 생각에 어느정도 동의를 한다. 우리는 어쩌면 유기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존재일지도 모른다. 고도로 정밀하고 복잡한 우리 몸 안의 신경망과 전기적 신호를 주고 받아 상황을 파악하고 우리 몸을 조절하는 뇌 모두 해당된다. 우리가 생각을 하는 것도 머릿 속에 많은 화학적 반응들의 연쇄 작용일 뿐이다. 우리의 감정은 우리 몸에서 분비하는 여러 호르몬들의 화학적 반응이다. 어쩌면 우리 몸은 가장 단순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감정은 실존하지 않는걸까? 우리의 착각일 뿐일까? 그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이란 개체는 모두 그 세밀한 DNA는 다르지만 기본 뼈대는 동일하다. 정상적으로 태어났다면 우리 모두 뇌를 가지고 있으며, 이성적으로 사고하며, 감정을 지니고 있다. 적어도 인간들끼리는, 동일한 구조의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성과 감정을 서로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자연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가지는 뇌를 기계로 대체하지 않는 한, 몸의 일부분을 기계로 대체하고 있다 하더라도, 같은 구조의 뇌에서 나오는 동일한 이성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감정은 적어도 인간들끼리는 실존한다. 강도인 그녀는 적어도 본능적으로라도 사랑이 무엇인지 그와 함께 이해하며 공유할 수 있다. 단지 그녀 스스로 그 감정을 부정하는 것 뿐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누군가, 다른 동물과 식물일 수도, 아니면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로 발달된 외계인이 보기에는 인간들도 단지 프로그래밍 되어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까지 기계로 대체할 수 있다면, 기계와 대조되는 남은 것은 인간만의 '본능'과 '감성'이다. 내가 주인공 뤽이라면, 기계로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만의 본능, 사랑으로 끊임없이 설득할 것이다.


두번째 작품은 다음과 같다. 바로 3번 작품인 투명 피부다. 관점을 새롭게 해서 이 작품을 해석해 봤다. 여담으로 작가가 자기의 작품을 좋아해주는 한국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 작품의 명대사는 다음과 같다.

"내 모습이 혐오스럽지 않나요?"

그녀가 생긋 웃었다.

"지금은 당신뿐이지만...... 언젠가는 피부가 투명하게 변한 사람들이 더 나올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들이 또 생길까 봐 걱정이 돼요?"

"아뇨. 변화는 두렵지 않아요. 정체와 거짓이 훨씬 더 나쁘죠."

투명 피부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자기 몸에 실험하여 투명화에 성공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냥하고 예쁜 한국 여자인 공중 그네 곡예사가 등장하여, 그의 모습을 처음으로 피부로 느끼며 말을 걸었다. 그녀와 교감하여 진실과, 그 진실의 결정체인 주인공의 몸을 주제로 서로 얘기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특이하게 한국인이 등장하여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의 투명화된 몸은 완전한 '진실'이다. 우리 몸은 완전히 다 알지 못하는 '거짓'투성이의 몸이다. 사람들은 자기 몸에 대해 알려하지만, 모든 사실을 알기를 거부한다. 완전한 진실이 만인에게 공개되자, 사람들은 눈을 돌리고 그저 먼 곳에서 지켜만 본다. 그녀를 제외하고


어쩌면 미디어에 익숙한 대중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닐까. 대중들은 익숙한 미디어에 의존한다. 미디어는 자금조달을 위해, 큰 기업의 스폰을 받는다. 그 대가로 거짓과 과장이 들어간 미디어들을 대중에게 보낸다. 자극적인 미디어에 대중들은 쉽게 현혹되며, 많이 노출될 수록 그저 아무 의심없이 믿기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거짓과 과장이 들어간 미디어는 옳지 않은 것임을 알고 있고 그것들이 없는 깨끗한 미디어를 원한다. 과연 그들에게 '완전한 진실'을 알려준다해도 즐겨 볼 것인가? 그의 몸처럼 투명한 진실을 담고 있는 미디어의 시청률은 어떠한가? 그와 반대로 불투명한 몸처럼, 진실은 저 멀리에 숨긴 미디어의 시청률은 어떠한가?


작 중 한국인의 여자처럼 진실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번째 작품은 다음과 같다. 바로 5번 작품인 황혼의 반란이다. 학교 커뮤니티를 본 내 경험과 연관해 생각해 봤다. 다른 작품들보다는 길지만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같은 독서커뮤니티 회원은 노인들이 다시 원시 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은게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명대사는 다음과 같다.

전설에 따르면, 프레드는 주사를 맞고 죽기 전에 자신에게 주사를 놓은 자의 눈을 차갑게 쏘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다.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게다."

기술이 발전된 미래. 고령화 사회가 심각한 어느 날. 고령화 노인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며, 결국 노인들의 지원이 끊긴다. 자식들은 더 이상 그들의 부모를 책임지지 않고 남몰래 버리거나 국가 기관에 보낸다. 주인공은 노인들을 이끌며 국가에 반란을 일으킨다. 반란 세력은 점점 커진다. 그러나 국가는 물러날 생각이 없어 강경 정책을 펄쳤다. 바이러스를 살포하고 치료제 수탈을 막는다. 결국 주인공은 잡혀 주사를 맞아 죽게 된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

꽤 재밌게 본 소설이다.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 넣어, 속 시원한 전개로 막힘 없이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생각조차 못하는 미래는 절대로 오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20대가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저 생각은 어리석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충분한 나이일 것이다. 당장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군대만 생각해도 많은 친구들이 절대로 오지 않을 미래였다고 말한다. 군대 뿐 아니라 고3 수험생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며 우리들에게도 예외 없이 무자비하게 닥쳐온다.

보통의 대학교 커뮤니티만 봐도 학번이 높은 사람들이 학번이 낮은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는다는 피해의식과 실제로 받은 경험담들이 난무한다. 참 어리석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학번이라는 숫자 하나로 사람을 평가하다니, 그보다 더한 코미디가 어디 있겠는가.

소설에서 정치인들에 관한 풍자가 실려있다. 그저 표를 받고자 말도 안되는 정책을 만들고, 그를 미디어를 통해 선전하여 사람들을 세뇌시키는데 한 치의 망설임이 없는 정부. 본인도 노인임에도, 노인에 대한 복지를 폐기하자 열렬히 외치는 그 노인. 그러나 정작 그의 열렬한 활동은 모두 값비싼 첨단 의료에 기반해서이다.

소수의 사람들을 외면하는 정책은 지양하고 전 세대가 협력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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