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설

나무 : 2. 바캉스

Chipmunks 2018.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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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구절

빨간 가면 때문에 눈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사형집행인은 잠시 이것저것을 따져 보는 듯했다. 그러는 동안 군중은 어서 사형을 집행하라고 안달을 부렸다.

"6월에 떠날 거라 이거죠? 그럼 템푸스 보험은 어떻게 할 거요?"
"일말의 주저 없이 가입할 겁니다. 내 친구들에게도 가입하라고 적극적으로 권할 거고요. 물론 내가 겪은 이 일은 그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리뷰

'바캉스'의 배경은 시간 여행이 가능한 시대다. 사람들은 색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시간 여행사를 둘러, 계약 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계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 피치 못할 사정을 대비해 다시 돌아오는 것이 보장되는 보험이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얼마 안 있으리라 생각하여 비싼 돈을 주고 가입하지 않았다. 한껏 부푼 기대를 품은 주인공은, 자기가 원하던 시대로 떠난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당시 환경들은 매우 열악했고 졸지에 길거리 깡패에게 얻어 맞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계를 도둑 맞는다. 이후 마법사로 몰려 국가에게 잡혀 사형을 집행하게 된다.

보험의 중요성을 나에게 일깨워준 소설이었다. 더불어 현재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상기시켜줬다. 당장 지금으로부터 300~400년 전 우리나라를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잘 포장된 아스팔트는 당연히 없을거고 지하철도 자동차도 없을 것이다. 지하철로 1~2시간 걸릴 거리를, 도보로 또는 말로 몇 시간 이상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길 곳곳에는 동물의 사체와 변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밤에는 많은 벌레들이 공격할 것이다. 당장 현재 시골에만 가도 많은 불편이 따르는데, 그 당시는 오죽한가.

본 소설에서는 옛 교회를 비판하는 듯 보였다. 목욕을 금기하라는 명령으로 사람들의 위생 상태는 심각했으며 각종 페스트가 돌았다. 약용을 잘 아는 사람은 마법사로 몰려 급기야 사형까지 당했다. 이 환경은 과학이 많이 발전한 21세기와 많이 대비된다. 나도 과학 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중세 시대를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만약에 종교가 우리 세상을 장악하지 않았다면, 지금 더 나은 세상이 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근대로 오면서 '이성'이 '신'을 물리치고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를 잡았다. 또 현대로 오면서 '반이성'이 '이성'을 물리치고 이성의 해체를 뜻하는 '포스트모던'의 시대가 도래했다. 과거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새로운 개념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반이성' 다음에는 어떤 개념이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를 잡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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