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설

나무 : 10. 완전한 은둔자

Chipmunks 2018.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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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구절

"네 안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그러했다. 네가 하는 일은 그저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배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하지만 명상을 끝내면서 그가 발견한 것은 하나의 심연뿐이었다. 그 심연을 보고 그는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자 문득 죽음이야말로 진정으로 흥미진진한 마지막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

  주인공 귀스타브 루블레 박사는 유명한 의사다. 아버지와의 대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내 안에 들어있다. 원래 알고 있었던 것을 다시 배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현실 세계의 모든 것에 흥미를 잃었다. 결국 뇌만 남겨두고 외부와의 자극을 제거했다. 최소한의 영양분을 남겨 깊은 명상 속으로 빠진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홀로 명상만을 한다. 뇌의 모든 곳을 탐험하여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그러나 깊은 깨달음을 지닌 그는 고작 어린 친구들의 장난으로 허무하게 죽는다. 특히 어린 친구들이 장난 치는 장면이 흥미롭다. 케첩 등의 소스를 그의 뇌가 담긴 수조 안에 넣는다. 단순한 외부 자극만으로 엄청난 환각과 몽환을 겪는다. 그리고 겨우 수돗물로 서서히 파괴된다. 그리고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로 육식 동물에게 죽어갔다.


  이 소설에게 던질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세계. 그건 살아간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나는 인간과 인간 혹은 인간과 자연환경, 어떤 것이든 교감 또는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살아간다고 믿는다. 깊은 깨달음을 안다 해도 교감할 이가 없는, 지독한 고독은 크나큰 불행이다. 혼자만의 세계는 아는 것이 아는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게 된다. 오로지 바깥 세계로 표출해야 진정 그것들이 존재의 의미를 가진다.


  둘째, 우리의 오감은 믿을 것이 못 되는가? 소설 속에서 우리의 오감은 단지 우리를 속이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감각은 결국 전기 신호로 뇌를 자극한다. 뇌는 그 신호를 읽어 영상과 특정 형태로 변환시켜주는 것 뿐이라고 한다. 즉 이는, 우리가 느끼는 세계가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진짜 세계란 존재하는가? 주인공은 고립한 채 명상을 하여 진짜 세계를 발견했다 생각한다. 그러나 그 세계는 주인공만의 세계다. 그는 더 이상 현실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만의 세계에서만 존재한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오감은 기본적인 상호작용 방법이다. 꽃을 바라 보는 것, 지나가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듣는 것, 향기로운 꽃 냄새를 맡는 것 등이 그 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여태 오감을 이용해 현실 세계에서 살아 왔다. 오감들을 부정하는 것은 곧 현실 세계를 부정한다. 따라서 진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감을 느낌으로써 현실 세계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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