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사람을 만나다 보면 소설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이 잠깐 취미가 생겨 책을 읽는 수준이 아니라, 와.. 할 정도로 아득하게 많이 읽는다.
그 정도는 시중에 판매되는 종이 소설들은 물론, 웹소설까지 섭렵하는 매니아 수준이다.
내 친구는 외장 하드에 소설로만 꽉 채워 있더라...
진심 충격 받았다. ㅋㅋㅋ. 그 와중에 이상한 제목이 있어서 다른 친구와 같이 놀리곤 했다.
??? : 이상한 내용 아니라고~
나도 1년 내내 소설만 보진 않지만, 소설을 좋아하긴 한다.
중학교 때는 한 달에 한 번 의무적으로 책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나름 성실하게 참여했다. ( 물론 재미 있는 것들만... )
고등학교 때 국어 시험 모의고사를 볼 때, 뒷 내용이 궁금해서 따로 메모해서 볼 정도다.
영화도 좋지만, 시간은 오래 걸려도 상상으로 내 마음대로 장면을 그릴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이나 영화 보면서 울 정도로 감수성은 있는 편이다.
일상 생활에선 눈물 한 방울도 안 흘리는 성격이라... 주변에선 이런 면만 보고 내 감수성을 못 믿곤 한다.
( 집에서 혼자 우는 사진을 찍어서 보여줘야 하려나... 옛날 싸이월드의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가 되지 않을까 )
한 번 필 받으면은 바로 사서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누가 추천을 해주고 궁금하면 학교 도서관에 바로 대여해서 읽는 사람이다. ( 안 궁금하면 얄짤 없음 )
학교를 졸업하고도 무려 5만원..! 을 기부하고 대출증을 발급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
웹소설도 웹툰을 보다가 너무 재미있으면 웹소설로도 다 결제해서 보고 있다. 뒷 내용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ㅎㅎ
나 혼자 만렙, 화산귀환 1600화, 상남자 800화, 전지적 독자 시점 500화(최근에 다시 연재하던데?!),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 등등이 있다. 웹툰은 미리 보기가 2~3개라 부담스러운데, 소설은 하나에 한편(?)이라 쿠키 몇 백개 정도 굽는 건 눈 깜빡하지 않고 있다. 🤣
다만 계속해서 새로운 책을 찾는 편은 아니고, 질릴 때 까지 반복해서 먹는 스타일이다.
연재중인 거 기다리겠다고, 지금까지 읽은 걸 2~3번 반복해서 읽을 때도 있고, 완결된 것도 5번 이상은 심심할 때 돌려본다.
그 때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느끼고, 조금 더 완성도 있는 영상을 머릿 속으로 재현해내는 즐거움(?)도 있는 것 같고,
복선을 다시 한 번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새로운 책을 찾는 것도 일이고, 물론 책은 재미가 있을 순 있지만 내 마음에 안 꽂혔는데 읽기는 또 싫다. 😗
나에게 책을 추천하려면 내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해야 읽게 만들 수 있다. 😁
반응이 미적지근하면은 안 볼 가능성 99% 이다.
근데 또 주변에서 읽는 사람이 많으면은 대화에 끼고 싶어서 일단은 읽어보기라도 한다.
마음에 안 꽂힌 책은, 같은 집단에서 3명은 추천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책을 많이 읽으면 남는게 무엇일까?
단순한 킬링 타임? 스트레스 해소? 상상력과 감정의 자극? 교훈 습득?
뭐 꼭 남는게 있어야지만 뭔가를 하게되는 건 아니긴 하다. 습관일 수도 있고.
위에 걸 전부 다 얻는 게 좋아서 일수도 있고.
소설을 읽고 얻은 그 여운.
그 여운으로 내 인생관과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등, 나를 변화하게 되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다시 그러한 여운을 받기 위해 계속해서 책을 읽는 거겠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생물학적으로 따지면 일종의 중독 현상일 수도 있다.
소설은 소설일 뿐.
소설, 을 생각해보면 어느 한 사람의 (또는 몇몇 사람) 머릿 속을 잠시 갔다오는 경험이다.
실화 기반일 순 있지만, 결국엔 허구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소설의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알던 소설처럼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고,
전혀 정반대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의 버프를 받고, 작가의 행복회로에 따라 흘러가고, 작가가 보고싶은 대로 볼 테니깐.
(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스핀오프, 외전을 더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고.. )
나는 소설을 좋아하지만, 누군가의 의도가 다분한 생각을 나도 모르게 주입받고
그러한 영향과 생각을 마치 내 것인양 착각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책이 나에게 보여주는 환상적인 모습에 빠져 들면서도, 나에게 그런 영향은 주는 건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백그라운드로 자동으로 돌아간다.
비슷한 이유로 만나보지 못한 누군가의 이름을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
개발 얘기나 컨퍼런스에 참석할 때 마다, 만난 적도 없는 외국 사람들의 이름과 국적을 하나 같이 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긴 하다.
근본적으로 자기가 영감을 받았고, 대단한 사람을 닮고 싶은 그런 내면의 욕구가 머릿 속 저장소로 이끌었겠지.
나는 그런 걸 듣고 있으면, 정말 그 사람이 대단한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나 따위가... 싶긴 하지만, 그 사람 자체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특정 한 사람이 주로 주체가 되었기에, 그렇게 이름을 널리 알렸겠지만, 과연 그 사람이 혼자 이뤄냈을까?
혼자 이뤄냈다고 한들, 과연 주변의 아무런 도움도 없이 만들었을까 싶고,
입소문 속에서 잊혀진 사람들은 누굴까,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도움을 주고 받았을까, 하는 호기심이 더 든다.
어떤 사람이 누군지, 업적이 무엇인지 보다는 썰에 집중하고 싶은거다.
그렇다.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거는 허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사람의 썰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람, 이라는 좋은 책이 있는데 굳이 소설에만 눈을 돌릴 필요는 없지. ( 책 안 읽는 이유 합리화... )
막말로 사람, 이라는 책은 내가 (또는 상대방이??) 저세상 갈 때 까지 연재 중단도 없이 연재가 된다... 🤣
또한 사람의 인생은 혼돈이 가득하다. 예측할 수가 없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작가의 의도대로 성격이 유지된다.
성격이 변할 때도 있지만, 독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복선과 빌드업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걸 보면...
빌드업 시작부터 나같이 눈치 빠른 독자들은 김이 팍 새기 시작한다.
반면, 실제 사람은 충동적일 때가 많다. 사람의 인생을 글로 옮긴다 해도 아무리 연결하려고 해도 연결되지 않는 부분은 반드시 있으리라.
독자에게 개연성을 호소하고자 한다면, 그건 이미 사람의 영역이 아니게 된다. 이유가 없는데 어떻게 이유를 찾으리?
까마득한 과거가 영향을 줄 순 있지만, 결국 선택하는 건 그 때의 본인이다.
연결되지 않는 부분을 과감하게 빼면 과연 그 사람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은 예측할 수가 없기에 더욱 재미가 있고 생생하다. 그리고 방대하다. 까도 까도 모르는 게 계속 나온다.
사람의 경험은 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 넘는다.
사람의 인생은 고작 한 권의 책과 비교할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글로 쓰여진 책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글로 쓰여졌다고 해도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했다기엔 자신있게 말할 수가 있을까?
( 당장 내 글을 본다 해도 과연 나를 온전히 이해한걸까, 라고 말할 수 있을까? )
사람이라는 책은 좀처럼 얻기 힘들지만
글자로 된 책보단 더 많이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더 깊은 재미와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죽을 때 까지(?) 볼 수 있다.
관계가 가까워짐을 급속도로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제까진 글자로 된 책을 충분히 읽었으니, 사람이라는 책을 좀 읽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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