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9 비행운 : 독후감 대학교 독서 커뮤니티를 계기로 김애란 작가님의 '비행운(飛行雲)'을 한 줄 한 줄 곱씹어봤다. 비행운 (飛行雲) 이란, 차고 습한 대기 속을 나는 비행기의 자취를 따라 생기는 구름 이라는 뜻이다. 소설을 통틀어 봤을 때 차고 습한 대기 속은 여러 단편작의 주인공들인, 그들의 현실처럼 보인다. 따뜻하지도 적당히 기분 좋게 건조하지도 않은, 불쾌하고 바라보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그들은 그 속에서 조그마한 희망, 실존하는 구름(雲)을 좇지만, 결국 그들이 바라봤던 구름은 근본이 없는, 실체가 없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는게 특기(特技)인 비행운 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행운(幸運)을 지니지 못한 비행운(非幸運) 일지도, 대다수는 평범하게 지나갈 열구름 행운(行雲)이 아닌 비행운(非行雲)의 삶을 지.. 도서/소설 2018. 4. 14. 비행운 : Day 8. 서른 그런데 언니, 요즘 저는 하얗게 된 얼굴로 새벽부터 밤까지 학원가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요.'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297 P 아마, 그래서였을 거예요. 그 애가 잘 있으리라고 확신한 건. 언제 어디서든 그렇게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세상과 '맞짱'뜨고 있을 거라 믿어버린 건요. 그런데요, 언니, 그 애가요......얼마 전, 엄청난 빚에 시달리고 파탄 난 인간관계를 견디다 못해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315 P 편지의 시작은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언니에게 안부를 묻고,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차근차근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상황을 고해성사(?)하듯 서술한다. 왜 고해성사라고 표현 했냐면, 그녀는 주변 인간관계를 돈으로 승화.. 도서/소설 2018. 4. 3. 비행운 : Day 7. 호텔 니약 따 베트남 출신 룸메이트와 갑자기 사이가 틀어져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은지는 '괜찮다'고 말하려다 화가 나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 은지가 돌아왔을 때 서윤은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부렸다. 서윤은 통화 내용이 궁금했지만 먼저 말을 걸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이들의 발길이 어디로 향할지 또 어디에 머물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었다.- 286 P 성향이 반대인 베프와, 여행을 가다 다툰 내용이다. 페이스북, 여러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답 없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호텔 니약 따는 왜 나온 것인지 잘 이해가 안간다. 그리워 하는 사람을 보게 해준다는 호텔. 한 사람은 필요하지는 않지만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꼭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한 사람은, 현재 돈도 없는데 낭비를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도서/소설 2018. 4. 3. 비행운 : Day 6. 큐티클 구두가 젖으면 안되는데 걸음마다 자꾸 구정물이 튀었다...."태워줄까?" 물었다. 운전석 옆으로 그녀가 벗어둔 하이힐이 보였다. 친구는 무척 말랑말랑해 보이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내가 괜찮다고 사양하자 친구는 방긋 웃고 떠났다.- 232P 에라 모르겠다 싶어 알루미늄 따개 부분에 과감히 손가락을 갖다 댔다.그러곤 손끝에 힘을 줘 딸각 따개를 들어 올렸다. 치익 -청량하게 탄산이 빠져나오는 소리와 함께 순간 검지 손톱이 찢어졌다.- 241P "나 사실 여행 안 좋아해.""뭐?"친구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진짜야. 내가 언제 너한테 여행 가자고 하디. 돈 굳어서 좋다, 야."- 243P 뽐낸 듯 뽐내지 않은, 불편하지만 나름의 자신감이 있는 옷 차림으로, 친하지 않은 친구의 결혼식을 갔다 여러 붕변을.. 도서/소설 2018. 4. 3. 비행운 : Day 5. 하루의 축 기옥 씨는 입을 크게 벌려 과자를 반쯤 베어 물었다. 처음에는 '아유 달어' 하고 살짝 몸서리쳤지만, 곧 프랑스 전통 과자의 그윽하고 깊은 단맛, 부드럽고 바삭한 식감을 조심스레 음미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기옥 씨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 기옥 씨는 왠지 울 것 같은 얼굴로 나지막하게 웅얼거렸다. '왜 이렇게 단가 ······ 이렇게 달콤해도 되는 건가 ······'- 199P "그 일 ······ 제가 하면 안 될까요?"하지만 기옥 씨가 그 얘길 꺼내기 전부터 파트장의 얼굴은 이미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기옥 씨는 그걸 의식하지 못한 채 천진하게 눈을 끔뻑였다. 아들의 편지를 읽은 뒤 정신이 멍해져, 본인이 방금 전 벤치 위에 두고 온 게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한 까닭이었다.- 201P 기옥씨는 5.. 도서/소설 2018. 3. 27. 비행운 : Day 4.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명화는 아무 저항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순한 아이처럼 무기력하게 용대의 바짓가랑이에 토를 했다. 용대는 눈이 뒤집어져 "이게 정말?" 하고 한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주저앉아 아이처럼 꺼억꺼억 울기 시작했다. ... 자길 속인 여자. 이용한 여자. 끝까지 순진한 척하는 여자. 이 나쁜 여자를, 살리고 싶다, 생각하면서. - 163P ~ 164P 그가 고른 첫번째 테이프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흘러 나왔다."런스 니 헌 까오씽(认识你很高兴)."용대는 무심하게 따라 했다."런스 니 헌 까오씽." 이어, 명화가 한국말로 말했다."당신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용대도 그말을 따라 했다."당신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 165P~166P 누군가에게는 천하의 나쁜 놈,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 도서/소설 2018. 3. 26. 비행운 : Day 3. 물속 골리앗 밖에 나오니 물속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추운 느낌이었다. 어쩌면 조금 있다 체조를 해야 될지도 몰랐다. 나는 다시 기다려야 했다.비에 젖어 축축해진 속눈썹을 깜빡이며 달무리 진 밤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러곤 파랗게 질린 입술을 덜덜 떨며,조그맣게 중얼댔다. "누군가 올 거야." 칼바람이 불자 골리앗크레인이 휘청휘청 흔들렸다.- 126P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 재개발 지역, 주인공 가족 홀로 살고 있다길래처음에는 전 작인 '벌레들'과 연결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중반부를 지나 결말을 향해갈수록, 현실과 점점 멀어져갔다. 아니 영락없는 현실의 모습일지도. 사람들은 지금의 고통이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났을 때, 그 때가 더 .. 도서/소설 2018. 3. 25. 비행운 : Day 2. 벌레들 "살려주세요." 멀리 가림막 너머로 자동차 소음이 들려왔다. 그건 마치 누군가 일부러 퍼뜨린 질 나쁜 소문처럼 A구역을 한 바퀴 휘감고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단지 장막 한 장이 드리워졌을 뿐인데, 그 소리가 너무 아득하게 느껴져 울음이 날 것 같았다. 아랫도리에서 칼로 에는 듯한 고통이 전해졌다. 나는 힘주어 콘크리트 조각을 쥐었다. 멀리 보이는 장미빌라는, 모텔과 교회는, 아파트는 여전히 평화로워 보였고, 나는 이 출산이 성공적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 80P ~ 81P 을 읽는 내내 주인공이 너무 안타까웠다. 모든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려가고, 주인공 혼자 바득바득 희망을 가지고 용을 쓴다. 첫 아파트를 가진 주인공 부부.아파트 어디선가 폭력의 소리가 들리고 집안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도서/소설 2018. 3. 23. 비행운 : Day 1. 너의 여름은 어떠니 살면서 내가 가장 세게 잡은 누군가의 팔뚝이 ······ 갑자기 목울대로 확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 곧이어 내가 살아 있어, 혹은 사는 동안, 누군가가 많이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아는, 혹은 모르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많이 아팠을 거라는 느낌이. 그렇게 쉬운 생각을 그동안 왜 한 번도 하지 못한 건지 당혹스러웠다. 별안간 뺨 위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 '많이 아팠을 텐데······' 하고. 천장 위 형광등은 여전히 꺼질 듯 말 듯 불안하게 흔들렸다.- 44P 나. 대학교 선배. 어렸을 적 그 아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처. 주인공은 철학과를 졸업한 30살 무렵의 여성이다. 친구의 장례식에 갈 준비하던 도중, 대학 시절 동경하고 좋아했었던, 과 선.. 도서/소설 2018. 3. 20. 이전 1 다음